@9hetto
bye bye lullaby
@H2TE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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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아, 기억조차 희묽은 그 가을엔 낙엽비가 내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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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교복이 어색해 공연히 소매깃만 매만지던 날 불던 바람을 기억해. 9월의 서풍에 실려오던 너의 단단한 시선들 가만히 받아내다보면, 나는 호흡이 너무 가빠져 곧잘 도망쳤다. 하지만 모르지, 부스스하게 엉망이던 뒷머리를 정리해주고파서 네게로 수없이 손 뻗던 내가 그 시간 속에 함께 있었어. 나, 여전히 기억해. 모로 누운 너의 눈길이 가을 하늘처럼 파르라니 높아서 내 심장이 요동쳤고 하릴없이 너의 숨소리를 하나 둘 세었어. 나는 네 숨을 천 번 헤아리면 내 심장이 멎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구백 십, 구백 십일, 구백 십이... .... 늘 그쯤에서 반뜩 뜨이고 휘어지던 눈매를 처음 본 날, 나는 내가 진짜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았다. 너는 어쩜 그다지도 예쁘게 웃어서 나를 아프게 했어? 나는 그 가을에 너때문에 숨 쉬는 법을 자주 잊었다.
2
너는 주인은 있는데 불러주는 이 없어 외로운 이름을 자주 달래주었지. 태형아, 태형아. 해사한 목소리에 내 이름은 반갑다고 항상 파드득 파드득 날개짓했다. 나는 너를 알고 걱정이 부쩍 많아졌는데, 네 부름이 너무 달콤해서 내 이름이 도망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고민도 그 중 하나였어. 너는 술래가 좋아서, 자꾸만 일부러 나를 도망치게 했지. 그런 나를 너는 항상 조금 더디게 찾았는데, 그럼에도 기어이 발견해내곤 하는게 신기했다. 너에게는 나를 가르키는 나침반이 있었던 걸까? 나는 그게 꼭 어릴적 엄마랑 하던 숨바꼭질 같아서 사실 즐거웠어. 찾았다, 속살거리는 그 목소리가 듣고파서 자꾸만 나 숨었들었던 거 모르지.
그런데 지민아, 이번에는 내가 술래인 거야?
네가 간 곳 모르게 숨어버려서 나는 매일이 따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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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 불러줘
네가 내 무릎을 베고 칭얼거리면 흐너진 머리칼에선 풀내음이 났어. 우리가 함께 했던 계절엔 잎들이 말라갔는데 너만 항상 싱그러웠다.
아는 자장가가 없어
가르쳐줄게 자, 따라해봐
잘 자라, 우리 아가 앞 뜰과 뒷동산에... ....
네 목소리가 너무 근사해서 나는 차마 따라할 수 없었어. 맨들한 이마, 감긴 눈, 잘생긴 코, 야무진 입술 ... 한 번만 만져볼까? 십수 번 고민하다 결심을 마무른 나를 너는 모르지. 나는 그런 날이면 방문을 꼭 걸어잠그고 까슬한 목소리로 밤 늦도록 노래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깍아지른 이목구비, 생김 생김 머릿 속에 그리며 노래를 연습 했는데 나는 내 목소리가 못나서 너무 슬펐어. 내 자장가에 네가 잠들지 못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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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어?
네가 내 양볼을 그러쥐고 눈 코 입 입 입 입 맞추던 날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길래 너를 만나기 이전 내 평생이 외로웠음을 알았어. 그 날 네 웃음이 톡, 터지니까 흰 나비가 너 꽃인줄 알고 머리에 내려 앉더라. 나는 그때 뽀얀 날개짓이 예뻐서 넋 놓고 한참을 보고있었다.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질문이 부끄러워 얼결에 그렇다고 대답해버렸었지. 사실은 네가 아니라 나비를 본 거였는데. 하지만 그 다음 수순처럼 맞붙은 입술과 입술 사이로 사랑이 넘나들어 촉촉했다. 그거 아마, 낙엽비가 내리던 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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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가르고 들어왔는데 시공간이 뒤틀리고 빅뱅이 일어나서 우리 둘만의 우주가 태어났다. 나는 그 우주가 내 안에서 나고 자라느라 이다지도 아프겠거니 생각했어. 우리 둘만의 왕국을 구축해서 너와 나를 닮은 피조물을 만들고자 너는 수도 없이 추삽질했고 나는 한없이 아팠다. 나를 자꾸만 두 쪽으로 가르던 너는 밭은 숨을 쉬며 내게 사랑한다고 읊조렸었고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랑한다는 말에 큰 마음이 담기질 않아 많이 울었어. 태태, 아파? 울지 마, 그만 할까? 다정한 음성이 둘 뿐이던 우주에 태양을 심어서 따뜻했다. 어서 널 닮은 지구를 낳고 싶어서 나는 네 허리에 다리를 감았었던가. 너의 허릿짓이 빨라지고 머릿 속에 자꾸만 별빛이 부서지던 때, 네가 싸지른 아기 별들이 내 뱃 속에 가득 차올라 은하수를 만들었다. 나는 내 안에서 유영하는 아기 별들을 잉태하고, 온 우주를 잉태하고, 더 큰 마음을 낳았는데 그 이름은 영원으로 지었어. 자주, 너는 내 안에 은하수를 심어 나를 아름답게 했다. 그리고 ... 둘 뿐인 세상에서 우리는 마음껏 하나일 수 있었지, 그치?
6
여느 때처럼 아기 별을 잉태하던 그 어느 날 강건한 우리의 왕국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벌컥, 열리는 방문에 너는 나를 꼭 끌어안고 쏟아지는 매질을 홀로 맞았지. 자꾸만 붉게 푸르게 멍들어가는 등에 나는 마음이 스무 갈래가 되고 오십 갈래가 되고 티끌이 되고
우리는 중력 잃은 우주 미아가 되어 자꾸만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흉악한 침입자의 얼굴은 상냥하던 네 아버지를 닮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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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내리는 날에 데리러 올게
네 생일이었는데 너희 아버지는 너무도 모질게 너를 차로 구겨넣고 내 발치에 침을 뱉었다. 네 단단한 눈동자가 애타게 나만 찾았다. 급하게 멀어지는 차 꽁무니를 쫓아 달리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다. 나는 우는 대신 목이 쉬도록 자장가만 불렀다.
미처 주지 못 한 나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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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없이 팽창하는 백색 왜성, 어쩐지 자꾸 들춰볼 수록 너와의 기억이 삭아내려 자취를 감췄다. 너를 기억하려고 남겨둔 것들이 아무 것도 없음에 나는 부풀어갔다. 네 얼굴이 더이상 기억나지 않아 나는 자꾸만 자장가를 불렀다. 부를수록 닳아 없어지는 네 목소리, 가루가 되어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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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먼 은하에서 쌍둥이 백색 왜성이 폭발했다는 부고를 차갑게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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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부재는 불가한 타성이어서, 그래서 나는 또다른 백색 왜성이 되어 기어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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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너무도 어정쩡하게, 붕뜬 계절이라서 네가 뭐든 어중간한 성정을 가졌다던 푸념을 기억한다. 그에, 유독 철갈이로 가을 초입이면 비염을 달고 살던 나였는데 그 싫던 계절이 네가 태어났단 이유 하나로 좋아졌다고 고했었지. 내 수줍은 고백을 듣던 진중한 눈동자를 기억해. 뭐든 적당히 살아내던 인생에 간절한 목표가 생겼다고 뜨겁게 말하던 목소리도, 기억이 나. 그래,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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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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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가 내리는 이곳에서 나는 매일같이 너를 기다렸다. 남은 평생을 기다려도 아깝지 않을 시간이라서 네 생각에 웃었고 비로소 꽃비가 내렸다. 멀리서 팔랑이는 머리칼 위로 나비가 앉았다. 너 떠나던 그날처럼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에 나는 심장이 타들어가도록 달렸다. 박지민! 힘겹게 불러본 그 이름에 멈춰선 네가 천천히 돌아선다. 억겁만 같던 시간 속 닳아가면서도 한없이 그리던 네 햇살같은 눈웃음, 그 눈가가 휘어지며 반짝였다. 그리고 눈꼬리를 따라 다시 태어난 우리들의 우주.
우리 이제부터 사랑 노래를 부르도록 하자
자, 따라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