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nnu_7
옴력 421년 옴국의 44번째 왕 호지왕. 호지왕은 선왕의 서자로 왕위를 계승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을 믿는 몇몇의 신하들과 자신의 병력을 이용해 세자와 자신의 아비인 선왕을 죽이고 왕권을 가지게 되었다. 아비를 죽이고 왕권을 얻을만큼 권력에 욕심이 많고 강한 호지왕이 유일하게 약해지는 한 사람 바로 중전 시아. 시아는 선왕이전부터 왕실에서 세력을 키워 온 영의정 집안의 딸이다. 호지왕은 자신이 여자인데다가 아비와 오라비를 죽이고 왕권을 얻어 불안한 마음에 영의정의 딸인 시아를 중전으로 들인 것이지만 시아의 뛰어난 외모와 성품에 어느 순간 진심으로 시아를 마음에 품게 된다. 하지만 시아는 자신이 중전이 되기 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유빈을 잊지 못하고 호지왕에게 차갑게 대한다.
유빈은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로 어릴 적부터 시아와 친한 벗으로 지냈다. 시아와 유빈 모두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빈 자신은 몰락한 집안의 딸이고 시아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영의정의 딸이기에 시아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혼자서 끙끙 앓던 중 시아가 중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생각하여 찾아간 시아의 집. 하지만 시아는 이미 입궐을 한 뒤였고 둘은 그 이후로 한동안 만나지 못한다.
시아와 빈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지내고 어느덧 옴력 423년 맑은 하늘아래 꽃잎이 떨어지는 저잣거리에 잠행을 나온 호지왕. 백성들의 사는 모습이 궁금 해 여기저기 둘러보던 호지는 어느 여인에게 시선이 꽂히게 된다. 그 여인은 바로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인 유빈.
유빈은 자신의 집안을 살려보고자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었고 호지는 그런 유빈의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자신의 옆에 있던 호위무사 미현에게 묻는다.
'미현아 혹 저 여인이 너의 눈에도 어여쁘게 보이는 것이냐'
'어떤 여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기 저 보라색 저고리를 입고 있는 아주 어여쁜 여인 말이다.'
'예 전하. 참으로 어여쁜 여인입니다.'
'근데 내 어찌 저 여인의 낯이 익은지 잘 모르겠구나.'
'전하께서 보고계신 저 여인은 양반 배유노의 여식 이옵니다. 아마 예전 궁궐의 연회가 있을 때 보신 것 같사옵니다.'
'연회를 올 정도의 양반이면 꽤 재력이 잇는 집안일텐데 어찌 그의 여식이 저잣거리서 저러고 있는 것이야.'
'배유노의 실수로 인해 집안이 몰락하여 현재 저잣거리를 돌고있다 하옵니다. 혹 저 여인이 마음에 드시는 것이옵니까'
'잘 모르겠구나. 허나 내 살면서 중전만큼 어여쁜 여인은 처음 보는 것 같구나.'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미현아, 혹 내가 저 여인을 나의 후궁으로 들인다면 어떨것 같으냐.'
'저렇게 사람을 살갑게 대하는 여인이라면 괜찮을것 같사옵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다니 다행이구나.’ 라고 하며 호지왕과 미현은 다시 궐로 돌아가고 호지는 미현에게 배유노를 데려오라는 명을 내린다.
이틀 후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예를 차리고 있는 배유노에게 호지는 고개를 들라 명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배유노에게 말을 한다.
‘그대에게 아주 어여쁜 딸이 있다고 들었소. 혹 내가 그대의 딸을 마음에 품었다면 어찌 답할것이요?’
‘소인의 여식은 아직 부족한점이 많은 아이인데 전하께서 그리 말씀을 해 주신다면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그러면 짐이 그대의 딸을 나의 후궁으로 삼고 싶다 하여도 그리 답할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배유노가 머리를 조아리며 호지왕에게 대답한다. 그러자 호지 웃으며
‘내 그대의 대답은 잘 들었으니 이만 나가보시오.’
배유노가 나간 뒤 호지는 대신들에게 통보아닌 통보를 하며 유빈을 후궁으로 들이기로 한다.
그 후부터 유빈의 집에는 궐의 나인들이 교육을 하기 위해 드나 들었고 마침내 유빈이 입궐하는 날이 되었다.
유빈은 자신이 후궁이 되는 것보다 궐에 들어가면 시아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설레어 하며 자신의 집 앞에 있는 호지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곤 준비된 가마에 올라탄다.
한참을 가마에 앉아 시아의 생각을 하고 있던 유빈은 도착했으니 문을 열겠다는 나인의 말을 듣지 못 한 것인지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빛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가 다시 뜨곤 나인의 손을 잡고 가마의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유빈의 눈 앞에 보이는 건 자신의 앞으로 지내게 될 연경당의 모습이었다.
연경당을 보며 서 있는 유빈의 곁으로 호지가 다가와 말을 건낸다.
‘오는 길이 피곤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이따 나와 중전과 석수라를 함께 하시겠습니까’
호지의 입에서 나온 ‘중전과 함께 석수라’ 라는 말을 듣자 마자 유빈은 드디어 시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겠다고 답한다.
*석수라-왕의 저녁식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고 자신의 처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유빈을 나인들이 부른다.
유빈이 밖으로 나오자 유빈의 앞에는 시아가 서있었다. 유빈은 자신이 잘 못 본건가? 하며 눈을 감았다 뜨지만 여전히 자신의 앞에는 중전, 아니 시아가 서 있다. 유빈은 너무 반가워 달려가서 시아를 끌어 안을 뻔 했지만 보는 눈이 많아 애써 침착하게 마음을 먹으며 시아에게 말 한다.
‘어찌 이곳까지 걸음을 하셨습니까’
‘궐이 처음이 아니십니까. 폐하께 가며 궐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라 생각하여 왔습니다.’
그 말을 하는 시아의 눈은 유빈에게 ‘보고싶었다’ 라는 말을 하듯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