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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7 01:03:27
Posted by @viridian47

해가 산을 넘어갈 때가 되어 출근해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천문대의 정문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 모양새에 씌인 글자를 보지 않고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샤리아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어린이 행사가 있었구나. 하루만에 끝나는 일정이 아닌지, 알록달록한 색지가 제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금성을 찾아보아요. 우리는 우주의 어디에 있을까요? 저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안내판이 짙은 노을과 어둠에 점차 물들어간다. 가끔 찾아오는 어린이들을 환대하는 시간은 이미 끝났고, 곧 이 천문대의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그 하루를 잘 보내려면 오늘 관측해야할 일정을 빠짐없이 끝내야 하건만, 샤리아의 발걸음은 도통 어린이용 안내 색지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별을 좇는 인생을 보내게 된 것도 이런 어린이용 교육 덕분이었나. 조금 더 추억에 잠기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샤리아씨, 오셨어요?”

그 소리에 지금껏 생각하던 것이 무색하게 바로 몸을 돌렸다. 갈색머리의 청년이 잡다한 물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이그자베군.”

노을을 등진 그의 모습에 대뜸 입이 먼저 열렸다. “오늘 오퍼레이터가 당신이었군요. 몰랐어요. 얼마 전에 당직을 섰길래, 오늘은 다른 사람인가 했는데-.” 그렇지만 이그자베가 선선히 웃으며 한걸음씩 다가올수록 샤리아의 말은 겉돌기만 한다. “음, 여기 오퍼레이터는 당직이 자주 있나봐요. 인력이 적어보이진 않았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당직을 바꿨어요. 샤리아씨 관측 신청서를 보고요.”
어, 피곤하지 않겠어요? 이그자베군이 아무리 젊어도.”

그렇게 말하며 샤리아는 괜스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마지막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샤리아의 녹색 머리칼과 눈마저 노을빛으로 물들였다. 약간 달아오른 얼굴도 가려졌을까.

“아뇨. 정말 괜찮아요. 샤리아씨와 같이 밤을 보낼 수 있는게 그냥 기쁜데요.”

이그자베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관측소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조금 뒤늦게 “그런가요. 그건 다행이지만” 하는 샤리아의 대답이 흘러나왔지만 발걸음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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