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以外のSNSでの投稿にはPrivatter+がおすすめです

후회공 레이리츠

全体公開 6 303 16154文字
2022-01-03 22:47:46

사쿠마 레이가 최악의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레이는 3년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고 리츠는 레이를 정말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음. 물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혼자. 그야 남자, 게다가 친형을 짝사랑한다는 건 부끄러운 짓이었으니까. 당연히 레이도 알지 못하였음. 아니, 모르는 줄 알았지.

레이는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반년 간 방황하다 리츠에게 고백하였음. 리츠는 레이의 고백을 받자마자 자신이 당신을 좋아하고 있던 걸 알고 있었냐 물었고, 레이는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지만 애인이 있었기에 모르는 척 했다며 순순히 말해주었음. 리츠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외면했던 레이가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의 고백을 받을 수 밖에 없었지. 그야 리츠는 어리고 또 레이를 너무 사랑했으니까.

둘의 연애는 정말 순탄했음. 형제 간의 금지된 사랑이라곤 생각도 안들정도로 둘이서 알콩달콩 오랫동안 사귀었음. 글쎄, 이쪽도 한 3년 쯔음. 리츠도, 레이도 그럭저럭 안정적인 연애를 꾸려나갔음.

둘은 권태기도 안올정도로 굉장히 잘맞았는데, 사실 리츠의 희생이 컸을 것 같다. 레이가 외로워 하지 않을 만큼 옆에서 사랑해주고 늘 따뜻하게 품어줬다 해야하나..... 레이는 이벤트날에 꽃다발도 사주고 기념일도 꼬박꼬박 챙겨줄만큼 연애를 잘했지만 리츠는 그와 달리 그저 사랑을 잘해왔음. 자기가 사랑하는 형아, 사랑하고 있는 사쿠마 레이. 더 바랄 것 없는 나날들.

균열은 아주 갑자기 찾아왔음. 둘이서 누워 영화를 보는데 어두운 방안에서 레이의 휴대폰 불빛이 번쩍인거지. 리츠와 레이는 동시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레이는 한팔로 리츠를 안고 그의 등 뒤에서 알람을 확인하였음.

"어디가?"

"잠깐, 살 게 있어서 말일세. 다녀오겠네."

"뭔데? 같이 가. 나도 옷 입을,"

"아니야. 리츠는 여기 있게나. 금방 다녀오도록 하겠구먼."

레이를 따라 일어나려는 리츠를 막고, 레이는 어딘가 다급한 표정으로 가디건을 대충 걸치고 황급히 현관을 나섰음. 리츠는 당연히 의아했지, 뭘 사러간다는 사람이 무언가에 쫓기듯 나가버리니까. 찜찜하기도 하고 수상하기도 했지만 의심을 거두기로 하였음. 레이를 의심할 수록 피곤해지는 건 저 뿐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기도 싫었으니까. 시각이 늦은 밤이니 매장 문이 곧 닫히려나 보지, 라며 치부하곤 넘겼음.

하지만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레이는 들어오지 않았음. 얇은 옷만 걸치고 나간 형이 걱정되어 전화도 해보았지만 몇 통을 해도 받질 않았지. 형님, 데리러 갈까? 리츠의 다정한 문자에도 답 하나 없었음. 기다릴까, 먼저 잘까.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수십번을 고만하던 리츠가 슬슬 한계에 임박하던 때에, 현관문이 조심스레 열렸음.

".... 아직도 안잤는고?"

"으응, 당신이 그렇게 나가선 안 돌아오니까 걱정되잖아."

"어서 들어가 자게나. 본인도 뒤따라 가겠다네."

"응. .....에, 형님 가디건은?"

"아, 음, 그게 날씨가 더워 팔에 걸고다니다가 잃어버린 것 같구먼. 나이가 드니 정신이..... 비슷한 디자인이 몇 개 더 있어서 다행일세."

"늦가을에 덥기는..... 무슨 일이라도 있어?"

"전혀. 아, 아쉽게도 가게 문이 닫혀 헛걸음하고 돌아왔구먼."

"당신이 아까 몇시에 나갔는데 지금까지 헛걸음을 해... 변명이 오늘따라 허술하네. 뭔 일인데 나한테 숨겨?"

"아니, 아닐세 리츠. 본인이 사랑하는 동생에게 숨기는 일이 뭐가 있겠나? 피곤할텐데 어서 자자꾸나."

레이는 리츠의 말을 끊고선 곧장 욕실로 향했음. 말 하기 싫다는 무언의 의미임을 리츠는 알고 있기에 구태여 더 묻지 않았음. 묻고 싶지도 않았음. 괜히 형제라는 두터운 신뢰의 벽에 금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자고 일어나면 바랄게 더 없는 행복한 일상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레이는 자신에게 잘 잤냐며 키스해줄 다정한 연인이었음.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면 해서, 리츠는 레이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았음.



-


그 일이 있고난 후 한 달, 레이의 외출이 최근 잦아졌음. 귀가하는 시간도. 리츠는 대체 누굴만나길래 그렇게 밖을 나돌아다니느냐 퉁명스럽게 물었지만 레이는 그저 허허 웃으며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말만 해줄 뿐이었음. 글쎄, 정말 친한친구라면 하나뿐인 동생이자 하나뿐인 연인인 자신에게 소개를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을텐데 모든 걸 숨기려드는 레이의 행동은 무언가 있음을 짐작하게 했음. 아, 이런게 권태기인가? 따뜻했던 애정전선에 얼음물이라도 들이부은 듯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냉랭해져갔음. 레이는 깊은 대화를 피하려고 들었고 리츠는 날카롭게 찌르기만 했으니까. 나만 참으면 전처럼 잘 지낼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꾹꾹 참아봐도 속이 뿌리부터 썩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도리라 리츠는 더욱 더 신경이 날카로워 질 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발단.

오랜만에 둘이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 뒤, 자연스레 설거지를 하려 냄비를 치우던 리츠의 손을 막은 레이가 싱크대 앞에 섰음. 부드러운 얼굴로 부탁해~. 라며 리츠는 식탁의자에 앉아 커피를 내리던 도중이었지. 레이가 냄비에 물을 받던 순간, 식탁 위 그의 전화기가 새차게 울렸음.


"형님-, 전화왔어."

".......♪ ~."

"에, 안들리나?"

아마 물소리와 그릇소리 때문인지 레이는 자신의 전화소리를 듣지 못한 듯 했음. 살짝 화면을 들여다보았는데, 저장되어있지 않는 번호여서 발신자를 알 턱이 없었음. 리츠는 전화기를 가져다주려 살짝 의자를 뺐고, 레이의 스마트폰을 잡은 순간 손바닥에 의해 잘못 눌렸는지 그만 전화가 받아지고 말았지. 아, 어차피 받을테니까 상관없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발을 내딛는데, 그 때 레이의 전화기에서 발신자의 음성이 들렸음.



"-, 이씨... 레이 씨...."



'.....여자?'


영문 모를 여성의 음성을 듣자, 리츠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었음. 처음 듣지만 왠지 모르게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음색. 어디서 들어본 듯한.... 리츠가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레이의 전화기를 말없이 자신의 귀에 대었고, 여성은 다시 애타게 레이를 찾았음.


"레이 씨- 나 사실,"

"......"




"리츠."


목소리를 들으며 기억 저 너머 깊은 곳에서 누군가를 찾으려던 순간, 그 기억 회로는 전화기를 급히 빼앗는 레이의 손에 의해 저지당하였음. 큰 손이 거칠게 휴대폰을 빼앗아갔고, 리츠의 고개는 자연스레 레이를 향해 돌려졌음.


"아,"

"리츠. 남의 전화를 함부로 받으면 안돼."

"일부러는 아니야. 가져다주려다 받아진거고...."

"그래, 알겠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먼. 우리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을텐데... 곤란하니 말일세."


레이는 차가운 표정과 말투로 조금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선 리츠의 손을 쳐내듯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은 자신의 휴대폰을 살폈음. 리츠의 시선이 그가 아닌 그의 전화기에 닿자 레이는 빠른 손길로 전화를 종료시켰고,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음.


"누구야? 여자던데?"

"그냥 아는 지인일세."

"왜 지인을 등록도 안해놓는데?"

"전화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치기에는 당신을 너무 애타게 찾던데."

"리츠, 남의 전화를 받는 건 버릇없는,"

"지금 그게 중요해? 누구냐니까?"

"......."

"... 당신이랑 나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가족이자 연인인 내가 고작 당신 전화 하나 대신 못 받아줘?"

"그거와 이건 다른 문제일세."

"그냥 지인인데 왜 숨겨. 당신 친구들 전화는 내 앞에서 잘만 받잖아. 이 사람은 뭔데 숨겨. 누구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 했을텐데."


레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어조에는 짜증이 섞여갔음. 리츠 또한 그런 레이의 태도에 더 화가 났지.


"아무것도 아니면 지금 여기서 다시 걸어. 내가 못 들을 이유가 뭔데."

"리츠, 그만. 피곤하구나."

"뭐가 피곤해, 나랑 지금 얘기하는게 피곤해 형은?"

"말 끝 그만 잡고. 본인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

"상황이 그렇잖아. 당신이 자꾸 내 앞에서 숨기니까,"

"그만좀 해."


레이는 한숨을 푹 쉬고선 머리를 쓸어올리며 리츠를 지나치고 그대로 방에 들어가버렸음.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리츠는 그 자리에 얼어 붙었지. 레이는 이렇게 자신이 불리한 편에 놓이면 자리를 회피하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하려고만 했음. 언제나 사람을 몰아세우고 나쁘게 말한 건, 리츠. 리츠는 레이의 방에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없어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았음. 그와 크게 싸우는 것보다 자신이 나쁜새끼가 되는게 더 나을 것 같기에.

그 날 이후 리츠와 레이는 거의 말을 섞지 않았음. 말을 섞어봤자 싸움으로 번질게 뻔했고, 레이는 리츠의 말을 받아줄 체력이 그리고 리츠는 레이를 한없이 믿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음.






-



시간이 지나도 둘은 화해하지 못했고, 리츠는 자꾸만 우울해져갔음. 분명 연애는 하고 있지만 더 공허했고, 외롭고, 힘들다는 감정만 느껴졌음. 레이가 미웠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미치도록 화가 났지만 말을 꺼낼 순 없없음. 리츠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평생을 그에게 맞춰 지내왔으니까. 기분이 우울하다보니 밥도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 죽은듯이 자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음. 그렇게 점점 생활 패턴이 망가지던 어느 날 리츠는 결국 크게 앓고 말았지.

오전에는 머리만 핑 돌았는데 오후의 시간이 넘어갈수록 열은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기침도 나오기 시작했음. 발열과 두통이 심해 그저 감기이겠거늘, 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심각할 정도로 울리는 머리 때문에 제대로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음. 대충 감기약 네 알을 씹어 넘겼지만 어째 더 심해지는 느낌만 들 뿐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

먹은 것도 없는데 구토만 계속 나오니까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 뜨거운 숨을 가쁘게 내뱉으며 어떻게든 이성을 다잡아 보지만 제대로 호흡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는 건 매우 힘든일이었음. 이유도 원인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몸이 약했기 때문이겠지, 라는 짐작을 해보지만 영 도움이 되진 못했음.

열 때문에 숨 쉬는게 너무 힘들어 입안의 여린살을 온통 깨물어보고, 혀를 짓씹기도 하고,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어도 봤지만 증세는 나아질 기미도 없이 악화되기만 했음. 리츠 혼자 참고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었지. 초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 난방하나 되지 않는 리츠의 방은 바깥 못지 않게 추웠고 그저 이불 하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음.

식은 땀에 푹 젖은 손을 들어 전화기를 켰고 빠르게 누른 전화번호의 주인은 당연히 레이였음. 멀리 있던 건 아니였는지 자신의 이름을 힘겹게 부르는 리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레이는 리츠의 방문을 벌컥 열고선 병의 수마에서 해엄치는 리츠의 상태를 살폈음. 동생이 이렇게 아픈 건 오랜만에 보는지라 레이도 적잖이 놀랐을 터. 품에 안고 일으켜 물을 억지로 넘겨주지만 마른 기침 때문에 내뱉기 바빴음.

옛날부터 몸이 쉽게 아팠던 리츠였기에 레이 또한 그를 간호해주는게 꽤나 익숙했음. 간호, 라기에는 이렇다 말할 수 없지만 그저 고통에 몸부림치는 리츠의 손을 꽉 잡아주는 것. 내가 여기에 있으니 괜찮아, 작은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레이가 하는 일은 크게 없지만 리츠는 그런 레이가 있다면 아무리 아픈 병이라도 금방 낫기 마련이었음. 레이는 이번에도 말없이 리츠의 손을 잡아주었고 리츠는 흐릿한 눈으로 레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음.



그렇게 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리츠가 안정을 되찾고 잠에 들려하는데 레이의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음. 레이는 리츠를 건들지 않도록 조심히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발신자를 확인 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잠깐 고민하다 리츠의 손을 살포시 침대에 올려두고선 방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음.

아, 리츠는 잠에 들지 않았지. 눈을 뜨지 못해도 귀의 감각은 더 예민해져있던 상태였음. 레이가 나가는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고, 레이가 나간 방문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음.



"여보세요."

"전화하지 말라 본인이 말했을텐데."

"글쎄 그렇게 말해도,"

".....뭐?"

"아, 지금은,"

"........."


조금 격한 어조로 전화를 받던 레이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끊겨버리고, 잠깐의 정적 후 레이는 리츠의 방문을 급하게 열고 리츠의 침대 옆에 걸려있던 자신의 자켓을 챙겼음.


"나 안자는데."

"........리츠?"

"어디가."

"....쉬고 있게나. 열은 좀 내린 모양이구먼."

"어디가는데."

"......"


아아, 리츠는 쩍쩍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그의 행선지를 캐묻더니 이내 쇳소리 가득 한숨을 내쉬었음. 지독한 새끼, 속으로 읊조리기도 했지. 그렇게 싸우고도 또 똑같은 레퍼토리인 자신과 그가 이젠 지겨울 지경이었으니.


"내가 이렇게 아픈데, 또 전화받고 그렇게 나가고 싶어?"

"리츠, 이번 건 정말 급한건이라. 미안하네 정말. 부디 본인을 용서하게나. 너무 급한 일이라 말일세,"

"급한 일...... 하아, 그래 급한 일."

"정말 미안하구먼. 금방 돌아오겠다 약속하겠네. 쉬고있게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전화해도 안 올거잖아."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지는 느낌이었음. 짜증과 화가 정도를 넘어서 뇌를 얼어붙게 만드는 기분이랄까, 그와 동시에 뇌리에 퍼뜩, 하고 무언가가 비켜나가는 듯한.... 전화, 목소리, 비슷한 상황, 레이의 표정, 어조........




- 이씨-, 레이 씨,







아, 설마 그 사람.... 형의 전 여자친구였나.

이제야 퍼즐조각이 맞춰진다. 죽어라 내 앞에서 전화를 숨기던 이유가 외출이 잦아진 이유, 그리고 아픈 애인을 마다하고 급히 뛰쳐나가려는 태도. 그 여자 하나 때문에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래...., 레이는 지금 이 순간도 그 여자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지.

이 생각은 리츠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흘러갔음. 아마 아파서 이성적인 사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구나. 당신 전 여자친구."

".....아,"

"거짓말은 못하겠지. 당신한테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을테니까..... 아니, 없으려나."

"......리츠."

"당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동생이 아픈데 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갈리가 없겠지, 그런거지?"

"......"

"설마.... 그렇지? 형은 그런 사람아니니까.... 날 좋아하잖아. 아니, 이건 당연한거잖아. 지금의 애인은 나고, 당신의 동생도 나고, 지금 이 순간 아픈 나를 간호하는게 맞는 거잖아."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뭐가? 그럼 대체 뭐가 문제야? 제정신이야?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건,"

".......... 임신, 한 것 같대."










뚝, 실날같이 잡고 있던 이성이 끊어지고 겨우 붙잡고 있던 신체가 모두 부서져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 사람은 가장 잔인한 말을 고하고 있기에 조용히 나의 정신은 낙사를 당할 수 밖에.

한참동안이나 정적이 이어지고, 리츠는 힘겹게 상체를 세우던 그대로 얼어붙어 말을 잃었음. 레이 또한 리츠의 눈을 보지 못한 채 시선을 돌리기만 했지.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죄악을 선물하시는지. 리츠는 현실의 잔인함을 감당할 수 없어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음.

몸이 크게 휘청이고 금방이라도 구토가 나올 것 같아 우욱, 하는 헛구역질을 레이의 앞에서 두 세번 하였음. 그 순간에도 레이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음. 리츠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침대에 쓰러졌고 레이는 자켓을 쥐고 있던 손을 움찔거리며 리츠를 응시하였음.

리츠에게 다가가 상체를 숙인 그 순간, 다시금 레이의 폰에서는 애타게 진동이 울렸음. 레이는 몸을 거두고 리츠를 빤히 응시하다 금방 올게, 라는 말만 남긴채 방을 나가버렸음. 그리고 현관문이 닫기는 소리가 났음.



"....... 안돼, 가지 마, 가지 마......"


토할 것 같은 심장을 옥죄고 리츠는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나가보지만 이미 레이는 나가고 난 뒤였음. 가지 마, 이젠 정말 나랑은 끝인거잖아....... 당신이 왜, 현관문에 기대어 주르륵 힘없이 쓰러진 리츠는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어 새된 숨을 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음. 안돼, 안돼........ 마른 입술을 움직이지만 불쌍하게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

리츠는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음. 자신한테 그 딴 소리를 짓껄인 레이에 대한 원망과 그를 잡지 못한채 그 여자에게 보내버린 자신에 대한 원망. 그리고 다 부서져가는 몸으로 현관에 누워 우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비참한 한탄.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너무 여렸던 리츠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음. 정신을 잃을 때까지 울고, 또 울고. 일어날 힘이 없어 그 곳에 한참동안을 누워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음. 탈수가 이어지고 열이 더 올라 더 이상 숨을 못 쉬게 될 때 쯔음, 리츠는 결국 실신하였음.











-


검은 암흑에서 겨우 눈을 뜬 리츠는 방이 아닌 병원에 눕혀있었음. 그리고 그 옆에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얼굴이 있었고.

레이는 리츠의 병원 침대 끄트머리에 엎드려 졸고 있었음. 멍한 눈으로 주위를 관찰하려는데 자신의 손에 무언가 얹혀있었음. 레이의 손이었지.

숨이 턱턱 막히고 겨우 뜬 눈 아래로 다시 축축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음. 할 수 있는데로 혀를 강하게 씹어보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었음.






"리츠, 일어난겐가."

"......"

"오래.... 깨어나지 못했다네. 이틀 정도......"

"애는."

"....."

"말 해."

"거짓말... 이였다고. 본인을 속일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는 대로 욕을 짓 씹고 싶었지. 하지만 제대로 말도 안나오는 목상태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부서질 것만 같은 몸 때문에 소리도 지르지 못했음. 다들 진짜 미친새끼네, 간신히 내뱉은 말이었음.



"리츠, 정말 죽을 죄를 지었어. 본인을 평생 원망해."

"난..... 지금 가장 끔찍한게 뭔 줄 알아?"

"....."

"지금 이 상황조차도, 잠깐동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야..."

"리츠......"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그딴 장난을 칠 수 있는건지, 그 여자도 어지간히 나쁜 인간인게 확실했음. 그리고 착실하게 놀아나고 있는 자신의 애인. 숨 쉬기도 힘든 몸으로 또 감정에 난도질을 당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리츠는 레이의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서 등을 돌려누웠음.



"형님."

"그래."

"당신이라면, 어땠을 것 같아?"

"...."

"엄청 아파. 너무 아파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데 하나뿐인 가족이자 애인이 날 버리고 나가겠대. 근데 그 이유가 자신의 전 애인이 임신한 것 같아서라면..... 당신은 어떨 것 같아?

"리츠...."

"지금 여기서 보내면 당신이랑은 연 끊을거라고, 이젠 정말 끝이라고 소리라도 지르면서 붙잡고 싶었는데 못했어. 너무 아파서. 몸도, 머리도, 마음도 다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 같아서, 잡지도 못했어. 그냥 누워서 다른 여자한테 가는 당신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

"..."

"이제 알겠어. 그냥.... 당신은 날 사랑하지 못한거야. 자신을 짝사랑하는 불쌍한 동생이 안쓰러워서 놀아준 것 뿐이고, 미련이라는 이름의 사랑은 다 그 여자를 향해있던 거였잖아. 애초에 당신에게 난 존재하지도 않았던거야."

"....아니야, 정말 사랑하고 있단,"

"거짓말 좀 그만 해!"



리츠는 벌떡 일어나 레이에게 소리쳤음.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뱉어내버린 분노. 온 몸이 벌벌 떨리고 눈 앞이 새하얘질정도로 숨이 넘어가는 것 같았음. 이 사람 앞에서는 울기 싫었는데, 꾹꾹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리자 불가항력으로 눈물이 뺨 위로 후두둑, 떨어졌음.

리츠는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여 또 다시 엉엉 울었음. 아무것도 듣고 싶지않고, 보고싶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주제에 무슨 기대를 하겠다고 이 사람을 또 마주하고 있고. 자신의 상황이 너무 괴로워 정말 서럽게 울음을 뱉어냈음. 아, 으윽, 속이 찢겨나가는 느낌에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레이는 리츠가 미친듯이 울고있어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음. 작은 토닥임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울지말라는 위로도. 참으로 무능력한 사람이었음. 그저 동생의 한 맺힌 울음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꾹 무는 수 밖에.


"나는.... 당신이 좋은 애인이 되어주지 못하더라도 괜찮았어. 우리의 관계가 더이상 연인이 아니더라도 좋으니까, 당신이 다정한 형아로 남았으면 했어."

"......."


"사쿠마 레이는, 최악의 인간이야. 연인으로서, 형으로서, 사람으로서. 정말... 다 최악이야."


"리츠,"


"머리가 너무 아파, 더이상 시간 끌고 싶지 않아."










헤어지자.




리츠의 오랜 짝사랑은 카드로 만든 집 같아서, 처음에는 보기좋은 형태를 갖추었다 끝에는 완벽하게 무너지고 말았음.



















-


이후로 둘은 별거를 시작했음. 먼저 집을 나간 건 리츠. 레이는 퇴원 후 말없이 자신의 짐을 캐리어에 담는 리츠를 보면서 또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음. 그저 피날 때까지 입술을 짓씹으며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현관문을 나가는 리츠에게서 캐리어를 뺏어 계단 밑까지 내려준 것 외에는, 서로 아는 척 하지 않았음.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년. 그 시간동안 둘은 서로가 아닌 영역에서 각자의 삶을 재시작했음. 레이는 새로운 일을, 리츠는 새로운 사랑을. 전화번호 하나 남아있지 않은 휴대폰과 앨범들은 그들이 형제였다는 사실조차 잊도록 부추기는 것만 같은 존재였음.

둘이 다시 재회하게 된 계기는 큰아버지의 장례식이었음. 먼 친척의 연락을 받고 급히 외국으로 출국한 둘은 그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나게 되었음.






"....잘 지냈는가?"

"안녕."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없는 대화. 어쩌다 한 번 보는 먼 친척보다 못한 존재. 같은 피가 섞여있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라곤 생각이 되지 않았음.

둘은 작은 카페에 앉아 잠시 시간을 가졌음. 둘 다 오래 머무를 생각은 아니었고, 레이는 다음 주 출국을 리츠는 당장 내일 출국을 할 예정이었음.




"많이 야위었구나.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걱정일세."

"...형도. 많이 바쁜 것 같네, 연락 한 통 없고."

"그저 그렇게 지내고 있지."


안부의 대화가 끝나고 또 다시 찾아온 정적. 리츠와 레이는 둘 모두 말없이 자기 앞에 놓여진 찻잔을 아무 의미없이 들었다 놨다를 한참동안 반복했음. 그리고 가게의 문에 달린 작은 종소리와 함께, 리츠는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음.




"11월에 결혼해. 올 수 있으면 와도 좋아."

"......"

"괜찮은 남자야. 여러모로...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잘 챙겨주거든."

"축하한다네, 잘됐구먼."

"무연고로 진행하려 했는데, 형이 온다면 가족석으로 자리 하나 쯔음은 만들어 줄 수 있고."

"고맙네."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 동생이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는지....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인지. 우리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그런것 정도는 궁금해 해줄 줄 알았는데 말야."

"리츠는 원체 현명한 아이였으니 말일세. 좋은 선택을 한게 분명하겠지."



레이는 끝내 리츠의 시선을 피하고 찻잔으로 눈을 돌렸음. 시간이 늦었구먼, 미안하지만 먼저 일어나겠네. 연락 자주 하게나. 그 말을 끝으로 레이가 일어나려는 참이었음.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구나."

"..... 무슨 말인지."

"아니야. 조심히 들어가. 연락할게."

"그래."




2년만의 재회는 이토록 싱겁게 끝났고 둘은 그 해 11월 2일, 리츠의 결혼식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음. 아, 정확히는 결혼식을 준비하던 리츠의 집에서일까.










-



"결혼, 축하하네."

"....꽃이야?"

레이는 혼자서 머리를 매만지던 리츠의 집에 불쑥 찾아와 꽃다발을 건네었음. 결혼식 주인공의 측근답게 깔끔하고 세련된 슈트 차림, 과하지 않은 정도의 화장. 그가 건넨 꽃다발은 장미 꽃다발이었음.

"리츠가 평소 장미를 좋아했으니 부케로 그걸 쓰면 어떨까하여 직접 주문해두었다네. 마음에 드는고?"

"응, 뭐.... 고마워."

"잠시 앉아도 되겠는가?"



레이는 화장대에 앉아있는 리츠의 침대에 걸터앉아 한껏 꾸미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았음. 하얀색 백정장에 수려한 꽃머리핀, 허리에 달린 웨딩리본, 마지막으로 한 손에 들려있는 장미 부케. 누가봐도 결혼을 앞둔 신랑 혹은 신부의 모습이었음.


"오늘 정말 예쁘구먼. 매부 될 사람은 이따가 만나기로 했는고?"

"응. 식장에서 만나기로 했지."

"기대되는구먼. 리츠의 이리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영광일세. 따로 필요한 건 없는겐가?"

"하...."



리츠는 억지로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인 레이의 태도에 짜증이 나는 듯 한숨을 크게 쉬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다가갔음. 레이는 팔짱을 끼고 자신의 앞에선 리츠를 멀뚱히 바라보았고, 리츠는 레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음.



"나한테 할 말 없어?"

"할 말이라..... 결혼 축하하고, 무척 예쁘고. 소중한 동생을 떠나보내는 형의 마음으로서 조금 슬프고.... 이정도일세."

"그거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아?"

"리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구먼."

"당신은 나랑 그런 일이 있고도 그 긴시간동안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만 돌려 말하라는 신호였음. 둘 다 의연중에 피하고만 있던 화제를 불쑥 꺼내 든 리츠는 레이의 옆에 풀썩 앉아 침대 바로 옆의 액자 하나를 꺼내들었음.



"이게 뭔지 알아?"

"우리 6, 7살 때 사진이잖누. 본인이 인화해서 가져다줬으니 잘 기억하고 있다네."

"그럼 이건?"


리츠는 유년시절 같이 책을 읽고있던 형제의 사진을 액자에서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음. 형제의 사진이 빠진 유리 액자에는 아직 하나의 사진이 남겨져있었음.





"...... 우리가 연애할 적의 사진이구먼."


에메랄드 색의 바다 앞에서 사랑하는 동생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든 채 행복하게 웃고있는 레이와, 레이의 겉옷을 걸친채로 그의 뺨에 가만히 입술을 대고 웃고있는 리츠. 지나가던 행인을 붙잡고 휴대폰을 준 결과 총 30장의 흔들린 사진 중 겨우 찾아낸 멀쩡한 사진이었음.



"기억해? 엄청 즉흥으로 갔던 여행이었는데, 둘 다 그 어떤 여행보다 만족했잖아."

"그래, 그랬지. 음식도 모두 맛있었고 날씨도 맑았고....."

"이 사진만은 버리기 싫더라.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리츠는 조용히 엄지손가락으로 사진 속 레이의 얼굴을 매만졌음. 우리 이때만해도 좋았는데. 전애인과 한번 쯤 추억을 회상해본다면 누구나 할법한 대사도 쳐보았고.




"미안하네, 모두. 본인이 리츠에게 잘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그래봤자 뭐해. 모두 끝났는데."

"그래도 한번쯤은 꼭 말해주고 싶었지. 많이 사랑했고, 좋아했고, 그만큼 미안했음을."

"....."

"본인이 미숙한 애인이고 형이어서 힘들어했을 리츠, 정말 미안해. 아팠던만큼 리츠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네."

".....아,"








왜 우는거야.





리츠는 손을 뻗어 조용히 레이의 눈물을 닦아주었음. 그의 표정은 일그러지지 않았고 훌쩍이는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는 분명히 울고있었음. 붉은 눈에서 뚝, 뚝 소리없이 떨어지는 눈물은 더욱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지.



"미안해서, 다......"

"바보."

"부디, 부디 잘 살게나. 그 사람이랑 평생을 행복하게, 편안하게 상처받지 말고......."

"바보, 짜증나는 멍청이, 곰팡이."

"정말 많이 사랑했어."


고개를 푹 숙이고선 슬프게 우는 레이의 고개를 품에 안고 리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를 달래주었음. 어쩌면 자신이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마주하지 않는 것도 있고.

리츠는 잠시 고민하더니, 레이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대었음. 레이는 놀란듯 고개를 들었고 푹 젖어버린 두 눈이 서로를 마주했음.



"내가 이래도, 나한테 설레지 않는거야?"

"....."

"내가, 흐윽, 지금 여기서 형한테 키스해도, 당신은 더이상 나한테 설레지 않아....?"

".....리츠."

"난 아니야.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어서.... 그게 안돼. 나는 아직도 형의 품이 좋고 형의 목소리가 좋아. 당신이 아니면 안돼........"

"왜, 왜.. 결혼을,"

"내가 잘못 생각했어. 당신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당신이 아닌 사람에게서 정상적인 사랑받고 예쁨 받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아닌 것 같아. 형님이 좋아. 형이 나한테 미움을 주던, 상처를 주던........ 남의 사랑보다 그게 더 좋아. 난 형님이 필요해...."

"리츠,"

"지금 여기서, 내가 둘만 있는 곳으로 도망가자하면 당신은 따라올 수 있어?"

"......"

"다시, 나랑 시작할 수 있어?"



맞잡은 두 손이,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손이 사정없이 흔들렸음. 시계 초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그리고 창문을 꿰뚫것처럼 방안을 세차게 비추는 정오의 햇살. 마지막으로, 비 온 뒤 갠 듯 미소를 띄고있는 두 사람.










"가자."







내가 운전할게.



















投稿にいいねする


© 2026 Privatte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