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Sso_
맑은님의 '바이바이, 하이데어'를 읽고 또 다른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썰체)
김민규가 매니저로, 부승관이 아이돌로 나옵니다.
이 세계는 맑은님의 세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허락해주신 맑은님께 감사합니다.
1 김민규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운전 중이어서 일단 급한 대로 옆 차랑 속도 맞춤. 직접 운전한 지 너무 오래 돼서 긴장했음. 게다가 옆 자리에 앉아서 잠든 건 부승관이 아니야... 처음보는 남자애라고... 이게 말이 되나? 어젯밤만 해도 둘이 같이 김민규 집에서 신나게 맥주 달리고 뻗었는데? 길 좀 안정되고 나서 백미러로 보니까 뒷자리에 부승관이 잠들어 있음... 뭔가 좆됐는데 설명해줄 부승관이 자고 있으니까 일단 참고 네비에 찍힌 목적지로 운전을 함... 차 분위기가 좀 이상해... 뭔가 다들 처져 있다고 해야 하나? 너무 지친 것 같기도 하고... 김민규는 눈치로 일단 얘네가 한 팀이라는 걸 인지했고 (의상이 비슷함)
부승관이 그 팀에 속한 다른 우주에 와 있다는 걸 받아들임... 이렇게 선명하게 좆같이 운전하는 차가 지나가는데 현실이 아닐 수 없음. 주차도 제대로 못했는데 애들이 막 뛰어서 내려. 감사합니다 하고 이어서 내리려는 부승관 팔을 잡아챔 혹시 기억이 남아있을까 봐. 근데 부승관은 그냥 졸려 죽겠다는 눈으로 꿈뻑꿈뻑 근데 형 왜요? 듣자마자 김민규는 기절함... 이 평행우주는 좋구나... 형 소리도 들어보고... 그러고 보니까 얼굴이 앳된 것 같기도...
2 김민규는 차를 주차 자리에 쑤셔넣고 자기 핸드폰에 있는 목록을 훑음 부승관이랑 연락한 거 있는지 보는데 특별히 연인같진 않아. 좀 아쉽긴 한데 그거야 차차 하면 되는 거니까 (자신감 레전드) 일단 킵하고. 회사 사람들 이름 훑는데 너무 너무 익숙한 이름(혜지)이 대표님으로 저장되어 있어서 좀 놀랐고 어쨌든 비슷한 계열에서 일하는 거구나 다른 무엇보다 부승관이 원하던 아이돌이 됐다는 게 너무 너무 기뻐서 이 평행 우주에서 계속 살아도 자기는 괜찮을 것 같음.
포털에 부승관 이름을 쳤더니 기사가 너무 너무 많아. 메인 보컬이래. 당연하지. 혼자 신나서 중얼거리면서 혼자 영상도 좀 찾아 보고 다음 스케줄은 다행히도 공유된 캘린더가 있어서 확인했음. 단톡으로도 눈치껏 알 수 있었고 다 좋은데 아까 차에서 내릴 때 애들 상태가 다 메롱이었던 게 신경이 쓰임. 그렇게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전화올 것 같네. 형 왜 안 들어와요? 저희 언제까지 기다려요? 다행히 저장된 이름이 <리더 000> 이렇게 되어 있어서 익숙하게 전화를 받음. 김민규는 이게 그냥 하나의 연극이라고 생각하기로 함. 조금 다급하게 적응해야 하지만.
3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서 김민규한테 인사를 하는데 대강 대답해주면서 눈으로는 부승관만 쫓음. 애들이 전부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대포 앞에 노출 되어 있는데 김민규는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잠기운에 허덕이는 애들 몸 받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감. 무슨 예능을 찍으러 와서 옷 갈아입는 것만 해도 오천 년이 걸림. 김민규는 눈치 보느라 미칠 지경임. 왠지 다른 매니저들이 자기한테 자꾸 의견을 묻는 게 이상함. 자기 직책이 생각보다 높은가봐. 설마 이사는 아니겠지. 이사가 직접 운전을 할 리가 없잖아. (이쯤에서 부이사 보고싶었을 듯...)
머리 존나 굴리고 있는데 부승관이 김민규가 기대고 선 거울 쪽으로 다가옴.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키려고 하는데 부승관이 김민규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 김민규는 근데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음. 왜냐하면 진짜로 거기 사람이 20명은 있었단 말이야. 근데 왜 이러는 거지? 싶었고 부이사일 때는 절대 절대 안 하던 짓을 해주니까 기절할 노릇 + 이 우주에서 대체 너랑 나는 무슨 사이인 거냐 싶으면서 심각해짐. 아까 내가 팔 붙잡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부승관은 그래놓고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거울로 자기 얼굴 살피고 다시 소파로 돌아가서 앉음. 김민규 혼자 벙져 있고.
4 촬영 들어가서는 또 반짝 반짝 얼마나 잘 뛰어다니는지 김민규는 그거 구경하느라 상황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남. 계속 주먹 물고 아 존나 귀엽다 중얼댐. 여러 팀들이 나와서 경기도 하고 게임도 하는데 김민규는 부승관만 보고 있으니까 부승관이 누군가와 꾸준히 손을 맞부딪치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지 다 봤음. 근데 일이니까 리터럴리 일이니까 방송이니까 그러겠거니 함. 아까 분명히 의도적으로 내 손에 손을 겹쳤다니까? 우리 뭐가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근데 부승관은 딱히 김민규를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 김민규는 혼란스러움.
끝나고 나서 자기 쪽으로 폴짝폴짝 여러 명이 뛰어 오는데 김민규는 그때 처음으로 부이사 심정을 느껴봤을 것 같음. 이런 거구나 촬영 마치고 누군가에게로 뛰어갈 때, 그게 네가 아닐 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왜냐하면 부승관만 다른 소속사 애들이랑 대화 중이었거든. 너무 환하게 웃는 얼굴. 그리고 붕방붕방 움직이는 팔. 이런 거 관찰하다가 진짜 자기 자신이 너무 비참해짐. 별걸 다 부러워하고 있군... 다른 애들은 전부 다 김민규한테 뛰어 와서 손 타고 있는데 (...) 김민규는 다른 애들 고생했다고 얼러 주면서도 부승관만 뚫어져라 봤음.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케어 잘하는 매니저로 보였을 것 같음.
5 그리고 뭔가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갈 때는 부승관이 앞 자리에 탔음. 너 혹시 개인 스케줄 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자기가 그걸 물어보면 부승관이 의심할 것 같아서 최대한 돌리고 돌려서 물어볼 것 같지 아... 어디였지? 거기가 어디였더라? 하면서 주소 물어보는데 부승관이 대수롭지 않게 00 피트니스 클럽이요 형 오늘 좀 이상하네요? 대답함.
나머지 애들은 먼저 숙소에 내려주고 부승관만 남았는데 부승관이 또 자연스럽게 자기 폰을 내밀어 심지어 운전 중인데 (...) 김민규는 너무 당황해서 그걸 받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함. 그러는 동안 부승관이 형 오늘 진짜... 하고 또 의심 모드 발동해서 어쩔 수 없이 폰을 홱 낚아챔. 부승관은 근데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얌전히 처분을 기다림. 김민규는 자기가 이 폰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서 계속 묵묵히 운전만 함.
부승관은 김민규가 말 없이 계속 눈치만 주는 것 같으니까 (전혀 아님) 김민규한테 항변을 시작함. 근데 나 이제 진짜 거짓말 안 하는데... / 뭐? / 이제 진짜 거짓말 안 한다고요. 몰래 여행도 안 갈 건데. 형이 그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가 또 그러면 사람도 아니게. 진짜예요. 진짜. 진짜. 아무한테도 번호 안 줬어요. 진짜. 진짜. 그러면서 약간 억울하다는 듯이 줄줄 얘기 하는데 김민규는 진심으로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낌. 나도 그랬었는데. 다신 안 그런다고. 다신 부이사 난감하게 안 할거라고 그랬었는데. 부승관은 김민규가 계속 대답을 안 하니까 좀 무서워져서 진짜라고 계속 종알종알.
6 피트니스 센터 도착해서는 김민규 팔뚝을 덥석 잡음. 김민규가 안 떼어내니까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갸웃. 김민규는 근데 부승관이랑 닿아있는 게 더 익숙해서 그 손을 확 떨쳐낼 수가 없음. 분위기 읽었으면서도.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함. 오늘 촬영 재밌었어? / 음... 네. / 그럼 번호 주고 받지 그랬어. 아까 보니까 다른 그룹 애랑 얘기도 많이 하던데. / 갑자기요? 형 진짜 왜 그래요? 이제 나 포기하는 거예요? 아닌데. 그건 아닐 건데. / 그런 게 아니라... 나만 너무 죄인 같아서 그래. / 형이 왜요? 와 진짜 왜 이러지? 뭐지? 이제 방법을 바꾼 거예요?
김민규는 거기 대답하는 대신 오늘 종일 묻고 싶었던 걸 물을 것 같음. 근데 우리 혹시 어디까지 했니. 내가 고백은 했니? 이거 듣고 부승관은 갑자기 개정색하더니 김민규 팔뚝 물어뜯을 것 같음. 그런 걸로 장난치지 마요. 이러더니 차에서 폴짝 뛰어내림. 김민규는 근데 걔를 그대로 보낼 수가 없음. 이게 마지막 대화일지도 모른단 말이야. 하고 싶은 말 다 해야 돼.
승관아, 잠깐만. / 또 왜요. / 분위기 보니까 네가 했네. / 저기요. / 알겠어. 화 좀 내지 말고, 내가 지금 자세하게 설명은 못 하는데, 아무튼 내가 어제 네가 만난 사람은 아니긴 하거든? / 잉? / 그래도 너를 좋아하는 건 똑같아. 네가 그리고 사고를 쳐봤자, 나만큼 쳤겠니. / 갑, 자기 왜 이래... 형 방금 뭐라고 했는지는 알아요?
근데 막상 김민규가 그렇게 나가니까 부승관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날 것 같음. 김민규는 그것도 당연하다 생각함. 그래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일단 운동 다녀오라고 함. 차에서 기다리겠다고. 부승관은 다 너무 이상해서 물음표 백 개 띄우고 운동하러 들어감.
7 근데 정작 김민규는 그날 부승관이랑 대화를 마무리 하지 못함. 회사에 급히 들어가 봐야 해서 들어갔더니 이중 계약 때문에 아주 복잡한 상황을 듣게 되고 그거 해결 하느라 부승관은 잠깐 잊혀짐. 어쩔 수 없음.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는 풀어야 하니까. 여기 김민규도 한낱 직장인이니까. 그리고 부승관은 김민규가 바쁜 사이 그놈의 전화 번호 주고 받기 열심히 하시고 사람도 자유롭게 만나시고 아주 난리가 났음. 새끼 매니저가 김민규한테 보고 올렸을 때는 이미 늦었음. 부승관이 다른 팀 숙소도 다녀왔다는데 뭘... 김민규는 화도 못 내... 자기가 한 짓이 있으니까...
근데 당장 부승관이라는 아티스트를 생각하면 어쨌든 이미지가 중요한 건데 부승관은 사람 한 명 잃을 때마다 너무 울어서 얼굴이... 다른거 다 떠나서 얼굴이 너무 티가 난단 말이야... (팬들 사이에서도 이상하게 소문이 날 것 같음 왜 저렇게 처연한 얼굴이지?)
그리고 우는 이유가 사람들한테 상처 받아서도 있는데 어떨 때는 특정 인물에게 너무 깊이 이입해서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김민규가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절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가볍게 여러 사람 만났던 자기가 나은 것일 수도 있잖아!? 물론 여기까지 생각하고 금세 속죄함 (당연함...) 게다가 사람들 너무 많이 모인 술 자리 이런 데에 부승관 이름 자꾸 끼어 있어서 갈수록 난감해짐... 확률상 문제가 커진다고.
걔가 진짜로 실수할까 봐 무서운 게 아님.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실수를 한다면, 그게 결국 부승관에게도 영향이 온다는 게 무서움. 그리고 결국 부승관은 팀 간판이잖아. 김민규는 부승관이 하고 싶었던 일을, 걔가 이뤄낸 것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짐.
김민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고삐 말아쥐어야 됨... 그게 꼭 연애? 이런 게 아니더라도... 근데 진짜 기분이 묘할 것 같지... 이게 네가 느꼈던 거구나... 이거 진짜 진짜 괴로운 일이었겠구나...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옥죄어야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음. 부승관이 지칠 때마다 밀어붙여야 하고, 적당히 긴장감도 줘야 함. 마냥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또 애가 금방 녹아서 물러지니까. 김민규한테만 물러지는 게 아니니까. 주변 모두가 걔가 텐션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건 안 될 일이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님. 부이사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부이사는... 이것보다는 유연하게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내가 더 욕심이 많은 건가?
심지어 지금 이 세계의 김민규는 자기 커리어는 빼고 생각하는 건데도... 회사 식구들 생각하니까... 요리 조리 빠져 나가서 사람 만나는 부승관을 잡도리를 안 할 수가 없음 계약 건 해결하자마자 다시 김민규가 밀착 마크하는데 부승관은 김민규랑 말도 안 하려고 함... 아무래도 그날 대화가 흐지부지 됐으니까... 근데 김민규는 자기가 여기서 조금만 더 물렁하게 굴었다가는 얘네 작살나겠다 싶거든... 아이돌이라는 게 뭔데... 사람이지만 요정이어야 된다고...
8 다시 고삐 말아쥔 김민규한테 묘하게 성질이 나 있는 부승관을 달랠 생각도 못함. 지금 당장 몸 접어서 안기고 싶은 쪽은 김민규라고... 마음 다잡지 않으면 지금... 1군 아이돌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게 생겼다고... 부승관이 여전히 좋아 너무 좋아 귀엽고 예쁘고 근데 당장 부승관이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줘야 하잖아 무대할 때마다 너무 너무 행복해 보이는데 그걸 뺏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닥치고 운전이나 함
스케줄 한참 돌리고 이틀 동안 거의 못 잤는데 차에서 겨우 잠든 부승관을 깨울 수가 없어서 그대로 두고 한숨만 푹푹 쉬는 김민규. 근데 부승관이 눈 슬쩍 뜨더니 미안하대... 그렇게 많이들 모이는 자리인지 몰랐대... 시끄러워질 줄 알았으면 거기 안 갔을 거래... 자긴 그래도 위험한 짓은 안 했대... (어제 회사에서 한 소리 들었음) 김민규는 들으면 들을수록 열이 받음. 그럼 그 자리에서 위험한 일이 있긴 있었다는 거잖아 개정색하고 부승관 노려 보는데 부승관이 슬쩍 눈을 내리 깔아.
그래서 잘못했다고 했는데... 지금... / 부승관. 너 이거 좋아서 하는 거지? 맞지? / 일이요? / 어. / 그럼요. 당연히... / 그럼 너도 양보를, 하... 내가 이런 얘길 하고 있네... 나 여기 와서 철들었다, 진짜. / 어딜 자꾸, 어, 어? / 내가 그때는 정확하게 이해가 안 갔거든? 근데 이제는 너무 이해 돼. 너무 이해 된다. 회사 눈치 보랴 네 눈치 보랴 아주 죽겠고, 근데 그만큼 너한테 미안해 죽겠다, 진짜.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승관아. / 네에. / 잠수는 절대 안 된다는 거야. 지금 연락이 닿아도, 심지어 너를 옆에 태우고도 미치겠거든? 네가 손에 안 잡혀서. 근데 여행? 절대 안 돼. 절대. 절대. / 아니... / 알아. 너 그런 적 없는 거. 회사에 말 안 하고 여행 갔을 때도 내 전화는 받았다며. 넌 확실히 나보다는 착해. 이거 사실 나한테 하는 얘기인 것 같다, 하... / ... / 근데 내가 진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너랑 나랑 아무것도 안 했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 왜 모르는 척해요. / 그래. 그래. 그럴 수가 없지. 그럴 줄 알았어.
그러면서 김민규가 무거운 숨을 토해내고 부승관 목덜미 자기 쪽으로 감아서 당길 것 같음. 그래. 그럴 수가 없다니까. 하면서 입술도 아니고 뺨에다가 입술 꾹 누르면서 화를 달램. 이게 누굴 향한 화인지도 모르겠음. 재밌는 거 다 나랑해. 나랑만 해. 그게 제일 덜 위험한 것 같다. 제발 부탁이야. / 형, 저 숨 막히는데... / 대답해, 부승관. 근데 부승관은 대답 대신 김민규 목에 팔 감고 키스했으면 좋겠음. 입술 맞댄 채로 우리 여기까지는 했잖아요 왜 다시 뒤로 가는데요... 이러면서 퉁명스럽게 말하고...
김민규는 부승관이랑 혀를 섞으면서 그런 생각을 함. 저쪽 우주에서 네가 나를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미워하더라도 이해할게. 전부 다 이해할게.
9 그 상황에 조금씩 익숙해져서 부승관이 더 이상 밖으로 돌지 않고 김민규랑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아질 때 쯤, 당연히 스킨십도 가속도가 붙어서 김민규가 부승관 거 대신 빼주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확실히 부승관이 ‘아무도’ 안 만나봤다는 사실이지... 거짓말 하지 말라고 자기 괜찮으니까 얘기해도 된다고 하는데 진짜래 여기까지는? 온 적 없대
김민규는 갑자기 엄청난 배덕감이 밀려 들어서 너 혹시 몇... 살 때 나 처음 만났어? 묻는데 침이 꼴깍 넘어감 부승관이 몇 살이라고 대답을 하는데 잘 안 들림 (안 듣고 싶음) 김민규는 이 우주에 원래 있던 자기 영혼이 진심으로 불쌍해짐 그리고 부승관도... 다시 옷 얌전히 여며주고 자기 어깨에 기댄 애한테 뽀뽀 몇 번이나 해주면서 이왕 늦은 거 천천히 하자... 이러는데 부승관은 그냥 꾸닥꾸닥할 것 같고 부승관이 문득 다시 ‘저쪽 우주’ 이야길 꺼냄
왜 다른 우주에서 왔다고 해요? 예전엔 그런 얘기 한 번도 안했는데 / 그거야... 갑자기 왔으니까 / 그럼 다른 우주에서 형은 뭐였는데요? 나는 뭐였고? / 말 하기 싫어 / 왜요? / 쪽팔리니까... / 왜요? 형 거기서 백수예요? / 야, 아니거든... 이거나 먹어. 그러면서 입에 과일 물려주는데 부승관이 그대로 김민규 손 빨기 시작해서 김민규가 아주 난감해짐... 천천히 하자니까? / 이거 하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 너 오늘 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데... / 민규형. / 어. / 내 생각에는요, / 응. / 그쪽 우주에서도 아마 내가 먼저 형을 좋아했을 거예요. 그냥... 그랬을 것 같아요.
김민규는 갑자기 부승관이 그런 얘길 하니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것 같음. 그래서 그대로 몸 끌어안음. 꼭 안겨서 부승관이 얼굴 안 보이니까 덜 민망하다고 하면서 계속 줄줄 이야기를 하는데 김민규는 진짜 몇 번이나 울컥하면서 걔 이야길 들을 것 같지.
그랬을 거예요. 분명. 형이 말한 대로 형이 거기서 엄청나게 사고를 쳤어도... 나처럼 애를 먹였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니까. 나는 계속 형 편이었을 거예요. 아씨. 괜히 우주니 어쩌니 얘기 해서 이상한 말 하게 만들고... 엠비티아이가 엔이에요? 일단 나는 맞긴 한데... 으응, 어깨 눌려서 아픈데. 너무 꽉 안은 것 같은데, / 미안, 미안. 근데 하나만 더 미안할게. / 그게 뭐야... / 천천히 하자는 거 취소할게. 미안해.